아침에 집을 나서면 나는 일부러 한 정거장 먼저 내린다. 버스를 타면 십 분이면 닿을 거리를 걸으면 삼십 분이 걸리지만, 그 이십 분 사이에 하루의 문장 절반이 생긴다.
걷는다는 것은 속도를 늦추는 일이 아니라 시선의 높이를 바꾸는 일이다.
걷는다는 것은 속도를 늦추는 일이 아니라 시선의 높이를 바꾸는 일이다. 창밖으로 흘러가던 풍경이 어느 순간 담장의 이끼, 세탁소 앞의 화분, 아이의 신발 끈으로 쪼개져 보인다.
오늘 이 연재는 그 쪼개진 풍경을 하나씩 주워 담는 일로 시작한다. 서두르지 않고 쓰겠다는 약속을 첫 회에 적어 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