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느린 산책 일기 · 3화 에세이

비 오는 날의 우산

우산을 펴면 세상이 작아진다. 내 머리 위에 반지름 오십 센티미터쯤의 지붕이 생기고, 그 안에서 나는 갑자기 아주 사적인 사람이 된다.

비 오는 날의 산책은 그래서 혼자 쓰는 일기 같다. 빗소리가 바깥의 말을 지워 주고, 나는 안쪽의 말만 듣는다.

집에 돌아와 우산을 접어 현관에 세워 두면, 방금까지의 사적인 지붕이 물방울을 떨어뜨리며 천천히 마른다.

김서린 걷고, 보고, 씁니다. 느리게 지나가는 것들에서 문장을 길어 올리는 에세이스트입니다. 작가의 글 전체 보기 →

게시일 2026.10.18

#일상